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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블로그 왜 버렸나: 블로그 회고
    조금 긴 생각 2019. 8. 15. 13:48

    휴면 해제하고 왔습니다

    약 5개월 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써보는 것 같다.

    (그 사이 티스토리 에디터가 바뀌었네! 코드 블록을 넣을 수 있게 됐어 이야아)

    console.log('감사합니다 티스토리')

    상반기 회고를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왜 5개월 동안 블로그를 쓰지 않았는지부터 돌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습관에 대해서 이유를 대려면 수백 가지는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

    블로그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기를 멈추게 되었는지의 경과를 써 보려고 한다.

     

    상상도 못한 블로그

    이 블로그를 시작한 건 1월 즈음이었다.

    당시의 나는 회사에서 쓰는 기술을 하루하루 벅차게 배워가며,

    조그마한 개발 미션을 몇 개 끝낸 뒤였기 때문에 처음으로 개발 업무를 맡아본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 그걸 증명해야해

     

    첫 업무는 지금 개발 중인 서비스의 API 설계를 맡는 거였는데,

    여기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저기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정신이 없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왜 이렇게 수정을 반복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던 때였던 것 같다. 사실 그때는 API 설계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몰랐다.

    (그래서 지금은 API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갱신 시점이 다른 데이터를 같이 캐싱하면... 후후...)

     

    처음 겪는 회사생활 + 벅찬 커뮤니케이션에 약간 지쳐 있을 때

    팀장님이 기술블로그를 써보지 않겠냐고 권해주셨었다.

     

    그때까지 기술블로그는 내가 얻은 지식을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경험도,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블로그를 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팀장님은...

     

    신입의 입장에서 어려운 점을 기록하면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라는 말씀을 해 주셨었고, 이 말씀이 생각의 전환을 만들었던 것 같다.

    어렵고 모르는 것들을 헤쳐나가는 사고의 과정을 기록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빨리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의 개발 + 회사생활은 어렵고 벅찬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이런 컨셉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마침 개발과 회사생활에서 하나씩, 글을 써보고 싶은 주제가 생각이 났었고,

    그게 Git Branching의 가치랑, API 스펙, 잘 짜고 있는 걸까였다.

    (두 글 모두 쓴 지가 7개월이 됐다. 세상에)

     

    Git Branching의 가치

    git의 중급(?) 기능들, 그러니까 cherry-pick이나 rebase 같은 기능들을 알고 나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걸 왜 안 알려주지? 이거 없이 git을 써왔다는 말이야??"라는 생각도 들었었고,

    지금은 이런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git으로 협업하라고 하면 일을 못할지도 아니 울화통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가장 절실하게 필요성을 느낀 지식으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이 주제로 글을 쓰면 재밌겠지, 많이 보겠지 하는 의식도 딱히 없었다.

    목요일에 팀장님 말씀을 듣고 나서, 금요일 밤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토요일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제목을 아예 써놓고 글을 써 내려갔었는데, 다 쓸 때까지 제목을 고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용이 간명하면 제목도 쉽게 정해진다는 걸 느꼈다.)

    열심히 글을 쓰고, 코드블록 넣으려고 외부 html generator 같은 것으로 만들어 붙여넣고,

    SourceTree 켜서 캡쳐도 여러 개 한 뒤 일요일 오후에 게재를 했다.

     

    그리고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좀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생각에 생활코딩에 공유를 했었다.

     

    아마 인생 최고 좋아요 수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지금 보아도 개발 관련 글에서 흔하게 받는 반응은 아닌 것 같았다 🤣

    그리고 이 글 덕분에 블로그가 다른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등록되기도 하고,

    티스토리 통계를 보면서 여기저기에서 유입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팀 개발자 중에서 혼자 신입이었던 나에게는, 뭔가 배워도 "나만 모르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지식들이 팀 밖에서는 새롭고, 도움이 되는 지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되어서 "개발 관련 지식을 없어도 계속 공유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블로그를 처음 만든 취지대로 '어려움'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었다.

    그때 선택한 방법이 하루에 하나씩 짧은 글을 올리는 거였다.

     

    하루에 글 하나씩 쓰기

    1월 14일부터 1월 18일까지 5일 동안, 퇴근하고 나서 매일 글을 하나씩 작성했었다.

    그날그날 일하면서 배운 것이나, 느낀 감정들을 짧게나마 적어나가는 게 목표였다.

    지금 생각하면 좀 신기하다. 그때는 하루하루 생각이 많았나 보다

    쓰다 보면 글은 절대 짧게 끝나지 않았고, 주위에서 나름 괜찮은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겉보기는 성실하게 작성하는 듯했지만...

    5일을 연달아 썼다고 해도, 그날 겪은 일들을 작성한 경우는 두어 번 정도가 되었고,

    나머지는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글감들을 소비하는 식이 되어버렸다.

    즉 가지고 있던 글감들을 5일 만에 다 써버린 것이었다.

     

    이때부터 살짝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없는 글감을 긁어와서라도 매일매일 써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사실 매일매일 글을 쓰면서 블로그의 전반적인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었고, 그러면서 글을 쓰기 더 쉬워졌다.

    그게 정말 큰 장점이었지만...

     

    발행시간을 보면... 계속 밀린다...

    단점도 너무 분명했다. 글을 쓰고 나면 종종 자정이 훌쩍 넘어가버리는 것이었다.

    당시 체력을 늘리기 위해서 일주일에 두 번 PT도 받고 있었는데 그거 하고 온 날은 정말 글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블로그가 일도 아니고,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이미 일은 크게 벌려졌고

    팀원분들 만나면 내 블로그 얘기를 하고 전사 슬랙에 내 블로그가 공유가 되고

    하하 몰라 그냥 해야겠다

     

    ㅎ...

    그렇게 5일 만에 지쳐버렸다. 😂

    더군다나 매일매일 글 쓰지 말라는 만류를 팀 내에서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5일차 되는 날, 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쓰겠다"고 선언하고는 한 주를 푹 쉬었다.

     

    쉬고 나서 재시작을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퍼져버리고 나서 쓴 글이 이거이거 모르겠다~는 얘기였고 😂

    마지막으로 쓴 글이 DDD 얘기였는데... DDD가 얼마나 흥미로운 개념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글이 잘 써지지 않았고,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던 것 같다.

     

    글 쓰는 간격이 넓어지면서 글의 퀄리티가 더 떨어졌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건 일주일이라는 간격이 블로그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매일매일 글을 쓰면 몸은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무엇을 글감으로 삼을지 생각하게 되는데,

    일주일을 그냥 쉬면 글감이 없는 상태로 주말을 맞는다.

     

    글감은 미리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것.

    미리 생각해 둔 글감을 며칠 동안 떠올리며 글의 모양새를 그리고 나서야 효율적인 쓰기가 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글을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우고... 글쓰기로 주말을 다 보내고 나서도 좋지 않은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았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억지로 글감을 떠올리는 건 어렵고, 떠올리고 나서도 재미없는 글이 나올 때가 많았다.

    그리고 재미없는 글은 쓸 때부터 재미가 없다.

    그렇게 3월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못 붙였고, 블로그와도 멀어지게 됐다.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한 플랜

    분명 기술 블로그는 다시 시작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티스토리 에디터도 바뀌었고

    글로써 지식을 설명하는 것과, 그냥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은 이해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감만 잡히면 참 재미있기 때문에 🤓

     

    어떻게 하면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다가 몇 가지 활동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1. 글을 쓰지 않더라도 매일 블로그에 접속해 방문자를 확인하거나 이전 글을 읽는다.

     

    블로그가 있고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글감을 찾게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방문자 수를 체크하고, 그게 마땅찮으면 이전에 썼던 글이라도 읽으면서 고칠 점을 찾기로 했다.

     

    2. 정기적으로 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대신 생각나는 글감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둔다.

     

    글감이 정기적으로 나오지 않는데, 글을 정기적으로 쓰려고 하면 이상한 글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글로 돈을 버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인 호흡을 가져갈 필요도 없고...

    (글을 안 쓰느니만 못한 날도 가끔은 있었다)

     

    대신 평소에 글감을 모아 두고 정리하면서 무엇을 쓸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개발자로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들, "우와" 했던 지식들, 배움의 진입점들을 종종 글감으로 삼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3. 1시간 이상 써야 하는 글은 며칠을 나누어 쓰고, 자정을 넘기고 나서 글을 올리지 않는다.

     

    업무에 방해가 되면 정말 빨리 지치고 블로그를 버리기 쉽다는 것을 느꼈다.

    평일에 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1시간으로 잡고,

    "이 글을 올려야만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이상한 강박을 버리기로 했다.

    며칠을 나누어 글을 쓰면 노트북을 잡을 때마다 깨끗한 머리가 되어서 퇴고할 때도 좋은 것 같다.

    사실 이 글부터 실천하고 있다 지금 3일째 이걸 3일 동안 썼대 소근

     

    앞으로의 글감은

    상반기 회고 할 것이다. 8월에

    그 외에는... 전처럼 일하면서 고민했던 것들도 조금씩 글로 적어 보고,

    몰랐다가 알게 된 지식들도, 남들이 모르는 지식들도 후후 이게 보이기 시작했다

    힘이 닿는다면 글로 적어 보되 절대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회고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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