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해커톤 멘토링 돌아보기
    조금 긴 생각 2019. 2. 10. 04:16

    회사에서 후원하고, 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해커톤에 멘토로 참가할 기회가 생겨 방금까지 참가하고 왔다.

    최근 몇 주 동안은 업무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며칠을 보냈고, 공부를 해도 일과 관련된 공부를 했었는데

    해커톤 행사가 묘하게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좋았다. 외부 행사 많이 참여해야겠다


    더불어 내가 일하는 분야를 취미나 진로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되는 경험이기도 했다.

    듣기로는 행사장에서 막 신나서 얘기했다는 주변 분들의 제보를 들었는데...

    신나게 얘기하는 와중에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싶어 간단히 적어보기로 했다.

    코드 밖에서 도움 주기

    해커톤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기술 스택은 매우 넓어, 개발자들이 코드 단위로 커버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오늘만 해도 멘토링 세션이 4~5개였지만, 서버 개발자들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그중 1~2개 정도로 많지 않았다.

    (한 세션에서는 React Native 질문을 받았는데, 다 같이 구글링하고 때려맞추며 디버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신 진로나 취업, 협업 방식, 테스트 코드 작성, 아키텍처에 대한 고민을 물어봤을 때는 더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멘토링 세션이 참가자들에게 더 각별하게 다가올 수 있으려면 이런 쪽을 많이 건드려야 할 것 같다.

    분위기 풀기

    기본적으로 멘토링 세션에서 면접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참가자 입장에서는 멘토라는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방에 들어가서 서비스 소개를 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질문하는 참가자들에게서 긴장하는 모습이 엿보인 세션도 몇 있었는데, 이럴 때는 분위기를 먼저 풀고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 질문하는 것도 사실은 기량이 필요한 일이고,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긴장을 풀어야 한다 :)


    판소리의 목풀기 세션. 목풀기가 이렇게 본격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발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먼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비스 소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이유, 팀원들 소개, 멘토들 소개 등등...


    그리고 멘토들 앞에 치킨이나 도넛 등등 간식이 많이 있었는데, 조금 활용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오래 말하지 않으면서, 한 템포 여유롭게 멘토링을 해줄 수 있었을 것 같다. 과자 먹으면서 멘토링하기

    질문 끌어내기

    참가자가 막막한 상태에서 하는 질문은, 멘토가 답변하기도 꽤 막막할 수가 있다.

    이럴 때는 멘토가 질문을 끌어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때에 따라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 지금 이 기능을 왜 구현하려 하는지 실마리를 얻기 위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 참가자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없는지"

    -> 팀원들이 같이 멘토링을 받는 경우, 말이 없던 참가자도 대화에 참여하도록 돕기 위해

    참가자를 즐겁게 하기

    대부분 참가자들의 질문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게 자연스럽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도 서비스를 처음 만들 때는 모호함의 끝을 달리는데,

    해커톤 참가자들이 단기간에 생각해 낸 서비스면 아무래도 구멍이 많을 것이다.

    당장 그 구멍을 메우기보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무언가 예쁜 것을 만들고 발표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게 해커톤의 가장 큰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멘토링도 그 과정의 일부로서 즐거움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구동되는 결과가 없다면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결과가 있다면 고도화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아니면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알려주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멘토들이 일하는 재미를 느끼는지, 그냥 주말에 끌려나왔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기획이 조금 모호해도... 아키텍처가 갖춰져 있지 않아도...

    우선 작동되는 것을 보면 다 같이 신나기 마련이고, 고도화하거나 개선하고 싶다는 열정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만났으면

    아쉬운 점이 있었더라도 멘토링을 하는 경험 자체는 다시 해보고 싶다.

    (오랜만에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는 경험을 했다)


    꼭 해커톤이 아니더라도 직업으로서 개발자의 삶을 희망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서, 더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입 개발자의 감정으로 이런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블로깅이든, 멘토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것을 남겨두어야겠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