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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해하지 않을 방법
    개발일지 2019. 1. 18. 23:02

    오늘 클라이언트 개발자분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일이 있었다.

    "아녜요 전혀, 괜찮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말이었다.


    어쩌면 일하는 사람에게는 "아녜요 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이 불충분한 것은 아닐까?


    괜찮아 보였지만 아니었다

    클라이언트 개발자분들이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API 스펙에 대한 수정 요청을 받고 있다.


    개별 API에 대해서 이를 전적으로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개발자분에게 피드백을 받다 보니
    점차 불명확한 부분이 명확해지고 있고, 적어도 필드 구성은 정착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서버 개발자들도 (아직 이견은 있지만)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유를 하고 있는 상황인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클라이언트 개발자분의 뜻에 따라 예전에 주셨던 피드백을 되돌리는 일이 있었다.

    이런 말씀과 함께....


    제가 부족하네요, 미안합니다.


    API 설계를 맡아 했던 나로서는 언제든 피드백을 받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예전 버전으로 스펙을 되돌리는 데에 따른 불만사항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살짝 당황하면서, "아뇨 전혀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었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클라이언트 개발자분은 API 설계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말씀해 주셨다.

    스펙 리뷰를 간략히 하고 나서, 각 API를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개발자와 30분 정도 면담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이었다.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프로세스의 문제

    이전에 API 스펙 리뷰를 잡아 팀 내의 모든 개발자분들과 한번 살펴보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논의가 필드의 데이터 타입이나 페이지네이션 등 세세한 부분에 집중되면서
    공통 규격만 30분을 논의하게 됐고, 나머지 스펙은 시간 부족으로 급하게 살펴보다 보니
    충분한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위키 문서에 댓글을 달거나, 자리에서 5분 정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피드백을 받았지만
    각자 구현 방식을 충분히 고민하며 깊게 스펙을 살펴볼 시간은 부족했던 것이다.

    더불어 프로세스에만 문제가 있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작업 방식의 문제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만드는 API 스펙이라,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업 방식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Mock 데이터가 점점 시연용 데이터를 닮아감에도 불구하고 JSON을 수동으로 작성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건 빨리 서버 기반으로 고칠 예정이다. 밀레니얼 개발자가... 수동으로 일하다니...)


    그러다 보니 꽤 번거로운 작업이 되었고, 변경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을 쏟는 듯한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만약 코드 몇 줄만 고쳐서 5~10분 안에 Mock 데이터를 넘겨줄 수 있었다면,

    그리고 사내 위키 문서를 열심히 수정하는 대신 Spring REST Docs로 바로 뽑아서 업데이트시킬 수 있었다면,

    금방 하는 것처럼 보였을 텐데 조금 덜 미안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상대방이 나에게 미안해한다면

    물론 일하는 사람들끼리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작업에 의존하는 만큼 일하는 동안 감정이 발생하는 건 자연스럽고,

    특히 미안함은 서로 존중하거나,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미안함을 느끼는 쪽이 느끼지 못하는 쪽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일로 인해서 미안함을 느낀다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 자신이 부담을 느끼면서도 알게 모르게 괜찮은 척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어 상대방이 더 편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런 평소와 다른 감정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을 때는,

    혹시 내가 지금 하는 업무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얘기

    5일 연속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 분명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스케줄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단 주말은 쉬기로 했다.

    간혹 괜찮고 가치있는 기술이 있으면 글을 쓸 수도 있고,

    책 읽으면서 기술 배우는 타이밍이 올 수도 있겠지만 🧐


    아마 재충전이 1순위 작업이 될 것 같다.

    다음 주는 더 스마트하게 일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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